복층포장 기술로 도로소음 90% 잡았죠
김병채 대표가 저소음 포장 기술이 적용된 아스팔트 포장도로 샘플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이닉스]
포이닉스는 저소음 복층 포장 기술을 보유한 도로 포장 전문업체다. 이 기술로 도로를 포장하면 차량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일반 도로에 비해 90% 잡을 수 있다.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만난 김병채 대표는 이 기술에 대해 "특허 및 환경부 신기술인증, 기술검증을 획득한 'RSBS 복층 저소음 배수성 포장'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설립된 도로 포장 전문기업 포이닉스는 2006년부터 저소음 포장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7년 저소음 포장에 이어 2011년 복층 포장 기술을 개발했다. 포이닉스의 핵심 기술은 '방사형 SBS(RSBS) 개질제를 이용한 복층 포장 구조에 의한 도로교통소음저감 기술'로 환경부 신기술인증도 받았다. 포이닉스는 신기술로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3월 친환경 스마트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복층 저소음 포장 적용 방안을 내부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LH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를 제외한 전국 사업지구 내부도로와 지역 간 고속화도로 등을 대상으로 복층 저소음 포장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세종, 별내, 망포 등 세 곳에 시범 적용됐다.
도로교통 소음의 90%는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릴 때 타이어와 홈(요철)에 밀폐돼 압축된 공기로 인한 것이다. 차량이 빨리 달릴수록 소음도 커진다. 고속도로가 일반 도로에 비해 소음이 큰 이유다. 도로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로 주변에 방음벽이나 방음터널을 설치해 왔는데 과다한 비용이 들고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포이닉스가 개발한 기술은 도로 소음을 도로 자체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상부에 8㎜의 작은 골재, 하부에 13㎜의 큰 골재를 포설해 복층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서로 다른 크기의 골재를 복층으로 사용하면 도로 소음을 제거하는 데 유리하다. 소음이 도로에 투과돼 밖으로 퍼지지 않고 복층 골재 사이의 틈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포이닉스 저소음 포장 기술은 일반 아스팔트 도로 포장에 비해 공극률을 22% 늘려 소음을 9㏈ 이상 줄여준다. 차량 100대가 동시 주행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8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 골재 사이의 틈을 따라 배수도 원활하게 이뤄져 비로 인한 도로 위 수막 현상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빗길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단층 저소음 포장은 5㎝ 두께 도로를 한 번에 포설하고 다지는 개념인 데 반해 복층 포장은 5㎝ 두께 도로를 골재 크기에 따라 2㎝와 3㎝로 구분해 포설하고 다지는 것"이라며 "포이닉스의 저소음 포장 기술은 14m 높이의 강화유리 방음벽과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초기 설치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은 70~8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 도로교통 소음 중 엔진 소음은 사라지고 타이어 노면 소음만 남게 된다. 도로 포장만으로 타이어 노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포이닉스 RSBS 복층 저소음 포장 환경부 신기술이 도로교통 소음 저감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인 이유다. 포이닉스는 층간소음에 이어 도로 소음도 사회적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형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에서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집단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미관상의 이유로 방음벽을 기피하는 데다 아파트를 고층으로 지을 경우 방음벽으로 소음을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도로 자체적으로 소음을 잡아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복층 저소음 포장 기술을 보유한 포이닉스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장비도 직접 개발해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도로 포장부터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고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복층 저소음 포장도 공극이 먼지 등으로 막혀버리면 소음 절감 효과가 줄어든다"며 "1년에 한 번 정도 막힌 공극을 청소해줘야 하는데 이 전문장비를 들여와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압으로 물을 흘리고 도로에 진동을 줘서 불순물을 무르게 만든 뒤 흡입하는 방식"이라며 "일본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공극의 이물질을 95~96%까지 없애줬다"고 말했다. 마치 빨랫방망이로 빨래를 두들겨 묵은 때를 벗겨내는 방식과 유사하다.
김 대표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들엔 방음벽이 거의 없는데 이는 복층 저소음 포장으로 대부분의 도로를 시공하기 때문"이라며 "유럽은 전체 도로의 70%에 복층 저소음 포장이 적용됐고 일본은 고속도로를 복층 저소음 포장으로 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수원 = 이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