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길 양 옆으로 끝없이 가득 서 있는 방음벽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다. 또 경부고속도로엔 한남 나들목부터 수원을 지나 안성까지 10m가 넘는 높은 방음벽이 늘어서 있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38km에도 25m가 넘는 방음벽을 설치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독일의 뮌헨,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같이 빌딩 숲으로 가득한 인구과밀 도시에서는 정작 방음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도심은 물론 한적한 시골 고속도로까지 방음벽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 걸까.
고층 아파트의 경우 방음벽이 소음 차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도시 미관을 해치고,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방음벽 설치비용이 도로 총공사비의 25%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도로 화재 시 철골이 녹아내리는 등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음벽이 소음 차단은커녕 도시 미관도 해치고 경제성이나 도로 안전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저소음 포장으로 소음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타이어 기능을 개선해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고도 자국의 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소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음을 차단하는 도로 포장 기술이 국내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도시 미관을 해치고 공사비를 턱없이 높이는 방음벽·방음터널 대신 복층 저소음 포장 같은 첨단기법을 통해 도로의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저소음 도로 포장이 가능한데도 적은 비용으로 효과가 큰 복층 저소음 포장을 통해 도시 경관을 개선하는 친환경 스마트도시, 스마트 하이웨이를 왜 확산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구간에 방음벽을 설치하기 위해 엄청난 사업비를 배정하고 있다. 행여 해당 업체 간 이해관계로 이러한 저소음 도로포장 기술의 보급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아파트 입주자와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방음벽으로 소음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공사비의 경제성과 도로교통의 안정성, 더 나아가 도시와 고속도로의 품격까지 갖춘 저소음 도로포장 기술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방음벽에 갇힌 도로보다는 양쪽으로 나무가 쭉 펼쳐지는 저소음 포장도로가 생활환경과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미래사회의 지향점이 아닐까.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 교수